카테고리 없음 / / 2023. 2. 24. 16:03

영화 <아바타: 물의 길> 후기와 예상 가능한 스토리텔링

주인공 가족

후기 : 엄청난 영상미와 그게 전부인 영화

13년 만에 돌아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에 대한 리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2009년에 개봉한 전편은 역대 흥행 1위의 올 타임 레전드가 됩니다. 이렇게 흥행이 되니 2편에 대한 논의도 빨리 시작됩니다. 문제는 시나리오의 밀도입니다. 5부작으로 기획된 데다가 2편과 3편을 동시에 진행하고 4편과 5편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5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이라면 주요 사건과 이야기가 5개의 작품으로 분산되어 있을 거고 이는 당연히 작품 하나, 하나의 밀도는 떨어질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 실망을 했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성취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고 여전히 비주얼은 엄청납니다. CG로 표현된 인물들의 표정, 행동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연결은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웠습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주얼은 어떤 영화를 가져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었습니다.  연출도 너무 좋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일단 영화가 너무 깁니다. 무려 192분이나 걸립니다. 그중에 1시간 넘게 해양 생태 다큐멘터리를 보여줍니다. 제가 다큐멘터리를 보러 들어갔는지 영화를 보러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지적받아야 하는 것은 스토리텔링 그 자체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예상가능한 스토리텔링

영화 <아바타 2>는 영상의 비주얼 측면에서는 말할 것이 없지만 스토리에 대해서는 다릅니다. 전편 아바타도 스토리에 대한 많은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아바타 2도 스토리가 단순하고 1편의 침략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인간 파트의 분량이 상당수 줄었고 나비족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다 보니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 또한 미약합니다. 그렇게 이 영화에는 몇 가지 스토리적 특징과 방법론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예측 못한 사건의 발현 의외성이 부족합니다. 영화에서는 나비족이 선이고 나비족은 음모나 배신이 허용되지 않아 내부에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존재하는 갈등은 외부인에 대한 배척 정도입니다. 이러면 영화 플롯을 흔들기 어려워집니다. 모든 주요 사건은 인간에게서만 나와 이야기가 단순해집니다. 둘째 그래서 비판을 인지한 제임스 카메론이 마련한 설루션이 중첩과 대조입니다. 제이크에겐 가족을 지키겠다는 가장의 일념과 이방인의 고뇌가 맞물려 있고, 쿼리치의 복수심으로 제이크 가족을 덮칩니다. 매끈하고 선형적인 플롯 양쪽에 캐릭터와 설정을 더했지만  방향성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셋째는 전작과 동일한 서사적 쾌감입니다. 전작은 반신불수인 제이크가 아바타로서 뛰어다니는 쾌감, 인간이었던 그가 받아들여지고 나비족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등 그 안에 스며드는 쾌감이 있었는데,  이 영화엔 쿼리치와 스파이더가 있습니다. 서로가 영화 속에 존재할 이유가 되면서 입체감을 갖게 됐고 한 번 죽었다 살았고, 또 한 번 죽을 뻔했던 쿼리치도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은 지극히 예상이 가능한 이야기에 익숙하고 고결한 ' 가족'과 '자연'이라는 주제의식을 담아 뭔가 더하고 대조시켜 설득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가족이라는 테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제이크는 지나치게 가부장적으로 나옵니다. 아들들에게 집합, 해산, 임무, 명령의 수행, 근신 같은 단어를 써가며 군대처럼 지시를 내리고 아들들은 아빠에게 "Sir"라고 대답하고 데블독, 이글아이 같은 코드네임을 쓰는 등 흡사 해병대 수준입니다. 이건 제이크가 가족을 잃은 공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전편에서 제이크의 형 토미는 제이크의 반신불수 치료비를 벌기 위해 판도라로 가기 직전 살해를 당했습니다. 영화 초반에 그런 기색이 없다가 인간들이 판도라에 돌아오고 나서 제이크가 바뀌게 되는 점이나, 네이티리에게 "아이들을 잃는 줄 알았어"라며 공포심을 토로하는 걸 보면 제이크는 가족 상실의 공포심에 지배되고 있습니다. 이런 제이크의 가부장적인 태도는 자녀들의 반발로 이어지게 되고 아이들은 제이크에게 반발하듯 멧케이나족의 파야칸과 유대를 맺게 되고 결국 장남 네테이얌이 죽으면서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가고 말하는 순간 제이크는 가족들의 본심에 직면합니다. 어딘가 경직되고 강박적인 아버지인 제이크가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는 한 편 키리와 스파이더의 존재로 가족 전체의 이야기의 문을 엽니다. 이 영화가 스펙터클한 비주얼을 보여주지만 이야기상으로 어딘가 모르게 서막처럼 비치는 이유는 모두가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편이 보여줄 서사는 분명 달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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