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육사오>가 코미디판 공동경비구역 JSA로 불린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복권 당첨과 군대 이야기가 예상되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이 영화는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는 웃음과 신파를 뺀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 겪어봤을 군대의 이야기로 공감을 형성하고 뻔한 이야기에 순도 높은 웃음을 넣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떠오르게 하는 영화, 따뜻한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영화, 우연히 찾아온 행운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습니다. 이제부터 영화의 줄거리와 아쉬운 점 그리고 왜 코미디판 공동경비구역 JSA라고 불리는지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육사오> 줄거리
영화는 한 장의 로또 복권 용지로 부터 시작합니다. 남과 북은 여전히 대립하고 있고 최전방 GOP에서는 여전히 경계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소주 회사에서 나온 여성 알바들이 전단지 카드에 각기 다른 번호가 적힌 로또를 끼워 나눠주는 행사를 하는데 버려진 로또들 중 한 장이 바람을 타고 옮겨지다가 우연하게 그 로또 용지를 주운 사람이 바로 박천우 병장이었습니다. 로또를 주운 그는 TV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나오던 로또 방송을 보다 아까 주운 로또 번호를 맞춰보았습니다. 번호를 맞추던 그는 자신이 1등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놀라 기절하기도 합니다. 그 후 박천우 병장은 미친 듯이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고 후임과 근무를 서다 후임이 화장실에 가자 남몰래 책에 끼워둔 로또를 보고 기뻐하며 로또 용지와 함께 셀카를 찍어둡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어 로또 용지가 북으로 날아가 버리고 그것을 잡은 사람이 북한의 리용호 하사였습니다. 결국 박천우 병장은 로또 용지를 찾기 위해서 철책선을 넘어가 우연히 리용호 하사를 만나게 되면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남측은 분배금 협상을 위해 박천우 병장이 자꾸 철책선을 넘어간다는 것을 알아챈 중대장 강은표 대위와 그 옆에 있던 김만철 상병이 가담하기로 하고 북측은 상황을 지켜보던 상관 최승일에게 들키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공동급수구역 JSA에서 회담을 시작합니다. 그곳은 이내 '평화의 뒷문'으로 불리게 됩니다. 나머지 내용을 다 적으면 너무 길어지니 간략히 적으면 분배금 협상을 하고 각자 병사를 교환하기로 해서 박천우 병장은 북한으로 리용호 하사는 남한으로 오게 됩니다. 그리고 각자 조용히 지내야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고 결국 로또 당첨금을 찾아오고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결말부로 이어지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직접 보시기 바랍니다. 전반적으로 경쾌하게 진행되는 영화였습니다. 남북의 사상이나 신념문제라든지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항상 나오는 신파 장면이 없어서 더 쉽고 편안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코미디판 공동경비구역 JSA
이 영화는 코미디판 공동경비구역 JSA로 불리고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내용이 거의 비슷한 부분이 있었고 이 영화는 거시서 한 발 더 나아간 겁니다. 영화의 유머가 극대화되는 지점이면서 판타지로 전개되는 지점이 바로 공동급수구역에서 만나 협상을 진행하던 양측이 중재하기 위해 내놓은 제시안 때문입니다. 그들은 분배금을 5대 5로 나누기로 하지만 서로를 완전히 믿을 수 없으니 각자 병사를 교환하기로 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확연히 달라지는 부분입니다. 공동급수구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거라든지 브레이브걸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은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나온 것처럼 남한과 북한의 병사가 정을 나누는 장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의 병사를 맞교환하는 부분은 이 영화가 완전히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영화는 여기서 결단을 내린 겁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판타지의 세계로 나아가서 웃음을 추구하기로 한 겁니다. 영화는 중반까지도 재미있었습니다. 북으로 간 박천우 병장이 벌이는 사건, 특기를 살려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에서 닭이나 오리돼지, 소의 교배에 참여해 엄청난 성과를 내서 공화국 축산 영웅이 되어서 평양에 가야 하는 일들도 재미있었지만 리용호 하사가 한국 군대에서 활약하는 내용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리용호 하사가 영화를 보고 외운 독일어를 하고 그걸 강대위가 엉터리로 통역하는 장면이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 : 결말 처리와 문화적 우월감
어떤 영화이든 아쉬운 점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아쉬운 점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결말의 처리에 있습니다. 이 영화의 결말은 극한으로 나아간 갈등구조를 해결할 방법으로 멧돼지를 등장시키고 멧돼지가 돈을 들고 사라지고 김만철 상병이 40만 달러 정도를 따로 숨겨놓아 소소한 이들을 보고 끝난다는 당혹스러운 엔딩입니다. 이런 엔딩보다는 차라리 더 심한 판타지를 넣어서 웃음을 자아내는 결말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등장한 멧돼지의 CG가 어색하게 보여서 더 아쉬웠습니다. 두 번째는 GOP에서 나가기 위해 멀쩡한 팔을 부러뜨리는 장면이었습니다. GOP가 왕래하기 어려운 곳이고 큰일이 아니면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곳이지만 팔을 부러뜨리는 방법밖에 없었는지 의문입니다. 마치 돈을 위해 자해라는 수단을 동원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고 팔을 부러뜨리는 가학적인 장면에서는 이 영화의 목표인 웃음을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영화에서 문화적 우월감과 경제적 우위를 강조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브레이브걸스의 곡에 맞춰 북한병사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라든지 북한병사들이 남한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동경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장면뿐만 아니라 군대 PX의 상품들을 베푸는 장면도 저는 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육사오>는 좋은 코미디 영화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운 점도 많이 보였던 영화입니다. 결말의 처리와 디테일을 조금 더 살렸다면 더 좋은 코미디 영화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